보름 전, 시부모님을 뵙고 시댁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왔다.
아버님은 이미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데도 은퇴 후에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싶은 열정을 보이셨다.
한의학을 배워서 주변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면서 살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님과 이야기 나누면서는 어머님이 교직 재직 중에 남편을 임신 하신 채로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님이 쓰신 논문과 당시에 공부하던 도서를 받아왔다.
두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전히 내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야가 한참 좁다는 것을 느낀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은 것을 배워서 세계를 넓히고 싶다.
두려워 하지 말고 움츠러들지 않고 더 많이 알고, 느끼고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오늘 저녁 다시 오래 전, 서일페에서 구매했던 도서가 보고 싶어졌다.
<나와 승자> . 60세의 작가님이 90세의 노모와의 관계를 그린 만화책 세권.
그리고 그 주변 어딘가에 꽂혀있던 시인의 독립출판 시집을 꺼내들었다.
문득 이들을 둘러보다가 여든 다섯에 작품을 시작해 전시회까지 열었다던 할머니의 뉴스가 떠오른다.
일흔, 여든부터 노후에 느즈막히 작가 생활을 시작하며 창작에 대한 열정을 막 불꽃처럼 싹 틔우는 사람들을 보면
명예나 부에 대한 욕심 없이 그저 표현하고 싶은 욕구 하나만으로 순수하게 예술을 사랑하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뭉클해진다.
좋아하는 마음, 표현하고 싶은 마음. 전력을 다해서 상대에게 나만의 언어로 닿겠다는 마음.
진심.
언젠가 시기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어르신들이나 중 장년층을 대상으로 그래픽노블이나 자전만화 수업 만들어 운영해 보고 싶다.
분명 그들의 역사로부터 배우고 들을 것도 산더미일 것고 그 어떤 시대보다 파란만장한 삶이었을텐데,
이야기를 만들고 구상하고 캐릭터를 그리면서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고, 그리고, 책으로까지 완성된다면.
만화를 매개로 같이 소통하고 그렇게 해서 삶에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을 해나간다면 그 여정을 함께 한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인생이 풍요로워질까.
손아귀에 주어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홀로 붙들고 있지 말고 함께 나누며
인생에 의미와 재미를 채워 나가는 것이 참된 삶이라고 느낀다.
이동진의 월간 추천 도서 <이것이 새입니까?> 를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된다.
뛰어난 만화란건 뭘까.
좋은 만화는 뭘까.
다른 분야의 석학들이 자신의 언어와 그림으로 그려낸 만화는 어떤 느낌이 될까?
누구나 처음 시작은 설렌다. 부족하더라도 처음 손으로 엮어낸 책, 만화, 시집, 소설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완성도를 차치하고서 그저 삶에서 조금 더 나아지고자 애썼다는 것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분명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손으로 낸 만화책 한 권이 무척 자랑스러울 것이다.
취미일지라도, '만화를 하고 있어요' 라던가. '만화가' 입니다.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만화들을 하나 씩 품에 품고 다녔으면 좋겠다.
만화를 시작하고, 첫 만화를 만들고, 만화를 끝맺음 내는 과정에 대한 기록을 더 면밀하게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함께 나아가는 삶에 대해서 매번 의미를 새롭게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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